2024-08-05 매매일기 폭락
요즘 솔직히 귀찮아서 일기를 잘 쓰지 않았다.
일기를 잘 쓰지 않은 이유는 현생이 바쁘기도 하고, 매매 하기가 귀찮기도 해서 그랬다.
아무튼, 오늘 기록적인 폭락이 나왔다. 주식하면서 총 2번의 폭락을 겪었다.
20년 코로나 폭락장, 그리고 24년 폭락장
18년 무역분쟁 하락장때 첫 매수한 종목 SK이노베이션을 코로나 폭락때까지 들고 있다가, 이후 찾아온 상승장에 익절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일까, 이후에는 주식이 떨어지면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기다림에 지쳐서 회전율을 높이는 매매를 시도하게 되었다.
과거 20년 코로나 폭락장 때 내가 했던 선택의 로직은 다음과 같았다.
- 지금이라도 던져야 하나? 아니면 버텨야 하나?
- 던진다면 이후 무엇을 매수할 것인가? 아니면 관망할 것인가?
- 버틴다면 얼마나 버텨야 하는가?
- 만약 전부 매도 후 내가 매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손실을 만회할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로직을 검토해본 결과, 결론적으로 나는 손절 후 종목 선택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매도 대신 추가매수를 선택했다.
추가매수할 돈이 없어서 대출을 냈고, 이때 처음으로 대출을 내서 주식을 매수했다.
대출 후 추가매수는 성공적이었고, 꽤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욕심에 개잡주 매수했다가 상폐되는 바람에 번 돈 대부분은 날리긴 했지만, 대응 자체는 올바른 판단이었다.
다만, 지나고 보니 올바른 판단일 수 있었지만, 그게 내 실력은 아니었다. 올바른 판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지에서 나온 용기가 더 맞는 표현 같다.
이번 폭락장에선 어떤 대응을 생각했는지 정리해보았다.
- 통계적으로 월요일에 폭락장이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주말에 온갖 경제기사를 읽고 경제학자로 빙의해 월요일에 주식을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월요일에 갭하락 할 건 확실하므로 갭하락 때 매도보다는 이후 나오는 반등 때 매도하는게 더 나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20년 폭락때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결정을 너무 단순하게 끝내버렸다. 이번에 잘못한 점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시나리오를 다방면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단순하게 월요일에 던지지말고 금요일이나 다음주 월요일에 던져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이 이유는 어차피 주택매수 중도금 때문에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 주식을 일부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 다양한 시나리오가 없으니 대응을 너무 안일하게 했다.
- 대응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포기를 했다. 멘탈이 많이 박살난 상태였다. 멘탈이 박살난 이유는, 당장 다음주에 중도금이 필요한데, 중도금을 마련하려면 주식을 헐값에 던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수익중인 해외주식이 있지만 이 주식을 헐값에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내내 괴로웠고, 멘탈이 많이 약해졌다.
이제 하락의 초입인지, 하락을 끝내고 반등할지 이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20년 폭락장을 겪고도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늘 시초에 전부 던질까 라고 생각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았고,
하락세로 돌아가는 것(15분 봉이 직전 저점 깸)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 속에 묻어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시초에 전부 던지고 인버스 2배를 샀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지만, 뒤늦은 생각이다.
중요한건 지금부터이다. 이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우선,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시나리오1
조정 후 상승
이유: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되돌려놔야 한다.
곧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고, 잭슨홀 미팅도 예정되어 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 주가 부양을 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시나리오2
횡보
이유:
폭락 이후 반등을 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반등 때마다 매도를 해서 매수가 주춤하는 바람에 연출되는 횡보장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3
대세하락
이유:
폭락의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엔캐리자금의 청산이 지목되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추가하락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다.
우선, 대응 하기위해 해외주식은 일부 처분하여 현금을 만들고, 추가하락 시 매수로 대응한다.
국내주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데, 반등 때 전부 매도하고 미국장으로 옮기거나, 계좌의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PMI 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그래도 좋게 나와서 반등 중인데, 이게 숏을 청산시키고 다시 하락시키는 그림일지, 아니면 반등의 시작일지 모르겠지만, 제발 하루빨리 반등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 더 배운건, 쓸 돈으로 주식은 절대 하지말자 라는걸 뼈저리게 배웠다. 이 경험으로, 지금도 선물옵션은 손도 안대지만, 앞으로도 절대 댈 일이 없을 것 같다.